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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너에게 가는 길

강성희

독자투고(45)
강성희 /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 현해탄 너머 아내와 아이들에게 띄운 그리움의 편지(2000, 다빈치)』를 읽다, 네가 생각났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빠에 대한 너의 그리움이 생각난 것이다. 너는 동화책을 읽다가 배가 보이면, 배 타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빠가 보고 싶다고 했다. 한 번은 네가 배를 만들다가, 생각대로 안 되자 울먹였다. 그 때는 꿈에서라도, 상상 속에서라도, 네가 아빠와 만날 수 있도록 배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너의 모습은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한 이중섭과 닮았다. EBS 드라마 ‘명동백작’에서 알게 된 그를 책을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 책은 이중섭과 그의 아내가 서로에게 남긴 편지글을 박재삼 시인이 옮긴 것이다.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가족을 만나고 있는 이중섭은 사랑이 넘쳤고 한결같았다. 그 사랑은 그가 살았던 시대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현 물질만능 시대에도 이중섭의 사랑과 작품이 보여주는 바가 크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랑을 분석, 이론화하며 연애의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세대에게 진정성에 대해 묻는다. 그의 편지를 읽는 내내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중섭은 자신의 사랑과 신념을 닭, 물고기, 게, 아이들, 소를 통해서 표현했다. 예를 들어서 그가 그린 게에는, 제주도에서의 삶이 담겨져 있다. 그 시절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이중섭은 아이들과 바닷가에 나가 게와 조개를 잡아먹었다. 곧 그는 게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시간이 흘러, 가족과 떨어지게 된 이중섭에게 게는 가족과 함께한 추억을 환기시켜주는 매개체였다.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사랑에 대한 배고픔으로 본 것이다.

가끔씩 너는 배를 그리거나, 쉬는 시간에 블럭을 이용해서 배를 만든다. 다시 말해서 너는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네 마음의 바다에는 여러 척의 배가 떠다닌다. 아빠의 사랑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너의 배가 아빠에게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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